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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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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36
  • 2026.08.04 15:49
 
 
한반도 소나타
 
(아직 끝나지 않은 교향곡)
하늘 시인 이영하
 
새벽은 언제나 가장 낮은 음으로 시작된다.
백두의 바람은 먼저 산맥의 현(絃)을 어루만지고,
한라는 멀리 남쪽에서 그 떨림을 조용히 받아낸다.
보이지 않는 악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 하늘 아래에서 연주되고 있었다.
 
분단은 한 줄의 선을 그었지만,
바람은 한 번도 국경을 배우지 않았고,
구름은 철책 앞에서 걸음을 멈춘 적이 없었다.
압록강의 물안개와 한강의 저녁노을은
서로 다른 하늘을 비추면서도
결국 하나의 별빛 아래 같은 밤을 건너고 있었다.
 
전쟁은 수많은 음표를 끊어 놓았다.
아버지의 이름은 메아리가 되었고,
어머니의 기다림은 긴 쉼표가 되어
세월의 오선지 위에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음악은 쉼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침묵은 다음 선율을 품는 숨결이고,
눈물은 가장 깊은 화음을 만드는 음표였다.
 
오늘도 철책 가까운 들녘에서는
이름 모를 들꽃 하나가
아무 허락도 받지 않은 채 피어나고,
새 한 마리는 남과 북을 가르지 않는 하늘을 건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노래를 이어 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믿는다.
통일은 거대한 함성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손을 놓지 않는 일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것을.
 
언젠가 백두의 첫눈과 한라의 봄비가
같은 강으로 흘러드는 날,
아이들의 웃음은 국경을 모른 채 뛰어다니고,
강물은 오래 잃어버린 이름을
조용히 불러 줄 것이다.
 
그날, 한반도는 비로소 하나의 악보가 되어,
동해의 푸른 파도와 서해의 저녁노을,
남해의 섬들과 비무장지대의 풀잎까지
모두 하나의 합창으로 일어나리라.
 
그리고 역사는 오랫동안 미완으로 남겨 두었던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악장에
조용히 '평화' 라는 제목을 써 넣으리라.
 
 
 
<시작 노트>
한반도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한 편의 소나타와도 같습니다.
 
분단은 악보 위에 남겨진 긴 쉼표였고, 전쟁은 음표를 찢어놓은 폭풍이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은 쉼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침묵 또한 다음 선율을 준비하는 시간이며, 서로 다른 음이 만나 하나의 화음을 이루듯 남과 북도 언젠가는 하나의 생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이 시의 출발점입니다.
 
이 작품은 통일을 정치적 과제가 아니라 인간의 회복과 생명의 화음으로 바라봅니다. 철책은 언젠가 사라질 수 있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이 먼저 열려야 진정한 교향곡은 완성됩니다.
 
언젠가 백두에서 시작된 바람이 한라를 스치고, 한강과 압록강의 물소리가 하나의 선율로 이어지는 날, 이 소나타도 비로소 마지막 악장을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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